《라이드 온(Ride On, 2023)》은 성룡이라는 배우의 인생과 깊게 맞닿아 있는 작품입니다. 액션을 인생으로 삼았던 노배우의 일상, 말과 함께했던 인생의 끝자락에서 그가 다시 되찾고 싶은 것은 명예도 돈도 아닌, 잃어버린 관계와 시간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한 세대의 감정을 건드리는 따뜻한 드라마입니다. 아버지와 딸, 과거와 현재, 몸과 마음 모두 상처 입은 한 남자의 여정을 통해 우리는 인생의 진짜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묻게 됩니다.
부서져도 멈추지 않는 인생의 액션, 《라이드 온》이 남긴 감정의 여정
성룡이라는 이름은 내 어린 시절과 맞닿아 있다. 할머니 댁 작은 브라운관 TV에서 흘러나오던 그의 목소리, 줄 하나 없는 와이어 액션, 누구도 따라 하지 못했던 그 고집스러운 몸짓. 그는 단지 액션 배우가 아니라, 내 추억 속 ‘불굴’의 상징이었다. 그런 그가 나이 들어 돌아온다고 했을 때, 나는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리고 《라이드 온》을 보는 내내, 나는 울고 웃었다. 단지 액션 때문이 아니라, 그의 눈빛 속에 담긴 세월 때문이었다. 《라이드 온》은 더 이상 전성기의 성룡을 보여주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다. 다 늙고, 병원비에 쪼들리고, 한때 스타였지만 이제는 지나간 이름으로 불리는 ‘노장 스턴트맨’이 주인공이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가족 같은 말 ‘칠리’를 지키기 위해 세상과 싸운다. 그 과정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는 건, 어린 시절 헤어졌던 딸 루루. 액션은 줄었고, 드라마는 깊어졌다. 하지만 나는 이 변화가 너무도 반가웠다. 그는 여전히 싸우지만, 이제는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 영화 초반, 병원 대기실에서 말과 함께 앉아 있는 그의 모습은 마치 누군가의 아버지 같았다. 뒷모습은 구부정했고, 눈가는 깊게 주름졌으며, 허리는 예전처럼 곧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말에게 건네는 대사는 유독 따뜻했다. “우린 끝까지 함께야.” 그 한 마디에, 나는 그의 지난 수십 년을 본 것 같았다. 한때 스타였지만 지금은 잊힌 인물, 그러나 결코 버려지지 않은 사람. 이 영화는 그런 사람들에 대한 헌사다. 딸 루루와의 관계 역시 영화의 중요한 축을 이룬다. 처음에는 서먹하고 어색했던 둘은, 조금씩 서로를 알아간다. 그 과정이 참 담백하게 그려진다. 억지 감동도 없고, 눈물 강요도 없다. 그저 작은 행동 하나, 조용한 대사 하나로 두 사람의 간극이 메워진다. 성룡이 루루의 손을 붙잡고 웃는 장면에서는, 전설이 아닌 한 사람의 아버지로서의 진심이 전해졌다. 그리고 그 진심이, 이 영화를 단단하게 만든다. 《라이드 온》은 단순한 회고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의 감정을 말하는 작품이다. 더 이상 높은 빌딩을 오르지 못해도, 무술로 적을 제압하지 않아도, 그는 여전히 누군가의 영웅이다. 나는 그런 성룡이 좋다. 온몸으로 살아온 사람, 그리고 이제는 그 삶의 의미를 되돌아보는 사람. 그래서 이 영화는, 그의 필모그래피에서 특별하다. 그리고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따뜻한 기억이 되었다.
칠리와의 유대, 그리고 몸으로 써 내려간 인생의 흔적
이 영화에서 성룡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하는 존재가 있다. 바로 그의 말, ‘칠리’다. 단순한 동물이 아닌, 그와 삶을 함께한 파트너이자 친구, 가족이다. 이 말과의 관계는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감정선이다. 둘 사이에는 말보다 깊은 신뢰가 있고, 그것은 세월이 흐른 지금에도 변하지 않는다. 그는 칠리에게 말한다. “넌 내가 가진 전부야.” 그 말은 단순히 감정적인 대사가 아니라, 그의 삶을 요약하는 한 문장이다. 칠리는 단지 함께 액션을 했던 존재가 아니다. 위기의 순간에 그를 살려냈고, 외로움 속에서 그와 함께 잠들었다. 그런 칠리가 경매에 넘어가 위기를 맞게 되자, 그는 모든 걸 던지고 싸우기 시작한다. 이 싸움은 법정에서, 거리에서, 그리고 감정 속에서 일어난다. 영화는 이 유대감을 통해, 단순한 ‘반려동물’의 수준을 넘는 관계를 그린다. 그것은 ‘삶을 함께 살아온 존재에 대한 책임’이다. 그리고 그 책임은 고통스럽고, 감동적이다. 성룡의 몸은 이제 예전 같지 않다. 뛰어오르던 동작은 흔들리고, 구르는 장면에서는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 모든 액션 하나하나가 감정의 진심을 전한다. 그는 여전히 자신의 몸을 던지고, 땀을 흘리고, 관절이 부서지는 고통 속에서도 웃는다. 왜냐하면 그것이 그가 사랑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런 사람의 인생 자체가 액션이었음을 말한다. 중반부, 성룡이 후배 스턴트 배우들에게 “이 일은 네가 진짜 하고 싶을 때만 해야 해”라고 말하는 장면은 잊히지 않는다. 액션을 사랑해서 시작했지만, 그만큼 고통도 많았고, 잃은 것도 많았다는 고백처럼 느껴졌다. 그는 찬란했지만, 동시에 상처 입은 사람이다. 《라이드 온》은 그 상처를 그대로 드러낸다. 화려하게 감추지 않고, 오히려 그 속에서 인간적인 위로를 찾는다. 딸과의 관계가 회복되며, 그는 다시 웃음을 되찾는다. 그리고 칠리와 함께 거리를 걷는 그의 뒷모습은 고요하지만 단단하다. 액션은 줄었지만, 감정은 더 깊어졌다. 나는 이 영화가 그 어떤 전성기 시절의 영화보다 더 큰 울림을 남겼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진짜 사람, 진짜 관계, 진짜 감정을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전설은 조용히 퇴장하지 않는다, 《라이드 온》이 전한 시간의 가치
영화가 끝났을 때, 나는 꽤 오랫동안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오랜 시간의 무게가 한 사람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졌기 때문이다. 《라이드 온》은 단순한 ‘성룡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 혹은 스스로를 잊은 채 달려왔던 누군가의 이야기다. 스턴트맨이라는 직업은 보이는 삶이지만, 그 속에는 말하지 못한 상처들이 있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 상처를 정면으로 바라본다. 나는 영화를 보며, 우리 사회의 수많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을 떠올렸다. 나이 들어 세상의 속도에서 밀려난 사람들, 기억에서 지워지는 이름들. 하지만 그들 역시, 누군가의 영웅이었고, 지금도 여전히 빛나고 있다. 성룡은 그런 사람들의 상징처럼 느껴졌다. 늙고, 무너지고, 잊혀도, 그의 가치는 사라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살아온 방식 자체로 증명했기 때문이다. 《라이드 온》은 그 어떤 액션보다 묵직한 감정을 전한다. 부서진 몸, 흐릿해진 이름, 그러나 여전히 뜨거운 마음. 영화는 우리에게 말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이 말은 단순한 교훈이 아니라, 삶을 견디는 힘이다. 성룡은 퇴장하지 않는다. 그는 다시 등장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 감정은 스크린 밖으로 나와 우리 마음에 남는다. 그가 말을 쓰다듬으며 보여준 미소, 딸을 바라보며 흘린 눈물, 후배들에게 건넨 충고. 그 모든 순간이 이 영화를 명작으로 만든다. 《라이드 온》은 조용하지만, 깊고 따뜻한 영화다. 오래도록 남을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