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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살: 일제강점기 독립운동의 비극과 의지, 스크린에 되살아난 치열한 기록

by info6587 2025. 7. 4.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 포스터

영화 ‘암살’은 1930년대 일제강점기라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독립군들의 활약과 희생을 스릴 넘치는 드라마와 함께 풀어낸 작품이다. 팩션(사실+상상)의 균형을 통해 역사의 비극성과 인물 간의 내면을 깊이 있게 조명하면서, 한국 영화사에서 보기 드문 완성도 높은 역사 액션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 이 글에서는 ‘암살’이 어떻게 관객의 감정을 흔들었고, 어떤 방식으로 역사를 현재로 끌어와 질문을 던졌는지를 입체적으로 살펴본다.

‘암살’이 던지는 질문: 우리는 어떤 역사를 기억하고 있는가

2015년 개봉한 영화 ‘암살’은 단순한 역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하나의 극적 서사 속에서 잊힌 이름들, 기록되지 않은 의지, 그리고 오늘날까지 이어져야 할 기억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작품이다. 영화는 조선 식민지 시절이던 1930년대, 상하이와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운동가들이 벌인 비밀 작전, ‘암살’을 중심에 두고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영화의 중심에는 여성 저격수 안옥윤(전지현)이 있다. 그녀는 독립군의 명령으로 조국을 배신한 친일파 암살 작전에 투입된다. 하지만 작전은 예기치 못한 변수들과 이중첩자, 배신, 그리고 개인적 진실들이 얽히며 점점 복잡해진다. 그 과정에서 안옥윤은 단순한 저격수가 아니라, 가족의 진실과 역사적 책임을 짊어진 인물로 성장하게 된다. ‘암살’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이 시대를 살았다면 어떤 선택을 했겠는가?” 이는 단지 과거를 소재로 삼은 영화만이 던질 수 있는 질문이 아니다.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물음이며,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는 더 큰 울림을 갖는다. 최동훈 감독은 장르적 재미를 유지하면서도, 역사적 정서를 결코 가볍게 다루지 않는다. 그는 인물들의 감정을 섬세하게 잡아내고, 비극의 순간에도 희망의 불씨를 남긴다. 특히 인물 간의 미묘한 긴장, 오랜 상처, 그리고 각자의 방식으로 조국을 지키려는 갈등은 관객의 감정을 깊이 흔든다. ‘암살’은 철저하게 극영화이지만, 그 속에 담긴 감정과 메시지는 실화 못지않게 무겁고 진중하다. 그래서 이 영화는 단순히 ‘잘 만든 액션물’이 아니라, 기억의 의무를 일깨우는 작품으로 기억된다.

‘암살’ 속 인물들이 보여준 선택과 책임의 무게

영화 ‘암살’은 뛰어난 액션이나 세트, 의상보다도 인물 중심의 드라마가 핵심이다. 특히 전지현이 연기한 안옥윤은 단순히 영웅적 인물이 아니다. 그녀는 가족을 빼앗기고, 역사에 휘말렸으며, 조국의 이름으로 살인을 명 받은 사람이다. 이처럼 안옥윤은 정의와 생존, 복수와 명예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리는 인물로, 현대적인 감성과 깊이를 갖춘 여성 캐릭터로 평가된다. 이정재가 맡은 염석진은 ‘암살’의 또 다른 축이다. 그는 독립군 대위였으나, 일본에 협력하는 밀정으로 살아간다. 그의 캐릭터는 ‘배신자’라는 단어로 설명하기엔 복잡하다. 그는 살아남기 위해, 혹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 선택했지만, 결국 그 선택은 수많은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다. 그의 서사는 인간의 양면성과 비겁함, 그리고 책임에 대한 성찰로 이어진다. 하정우가 연기한 하와이 피스톨은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인물이지만, 동시에 자유로운 개인으로서 정치적 입장을 외면하지 않는 역할을 한다. 그는 처음엔 단순한 청부살인업자로 보이지만, 점점 인간적인 감정과 선택의 무게를 떠안게 된다. 특히 그가 옥윤을 지켜주는 장면은 영화 속에서 가장 따뜻한 감정이자, 저항과 보호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이외에도 조진웅, 최덕문, 오달수 등 각 인물들의 이야기에는 모두 ‘왜 이들이 싸워야 했는가’에 대한 사연이 있다. 인물들은 단지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가족을 위해, 그리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 감정이 누적되어, 영화 후반의 총격전이나 암살 장면들은 단순한 액션이 아닌, 감정의 폭발로 느껴진다. ‘암살’은 관객에게 묻는다. “당신은 살아남기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는가?” 그리고 이 질문은 인물들의 선택을 통해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누구도 쉽게 옳고 그름으로 나눌 수 없고, 모두가 각자의 고통을 짊어진 시대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영화는 그 혼란과 고통 속에서도 끝까지 조국을 포기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뜨겁게, 그러나 절제된 시선으로 담아낸다.

‘암살’이 남긴 울림: 역사를 기억하는 방식에 대하여

‘암살’을 보고 나면 한동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단순한 영화적 재미를 넘어, 이 영화는 ‘기억해야 할 이야기’를 지금 이 시대에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1930년대라는 낯설게만 느껴졌던 시간은 스크린 위에서 생생히 살아 움직이고, 그 속의 인물들은 그저 영화 속 주인공이 아니라, 누군가의 조부모였고, 우리가 잊고 있던 현실 그 자체였다. 이 영화는 말한다. 역사는 거대한 담론이 아니라, 수많은 개인의 선택과 희생으로 만들어졌다고. 그리고 그 개인들의 이야기를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얼마나 기억하고 있는가를 묻는다. ‘암살’은 그 질문을 관객 각자에게 던진다. 또한, 이 영화는 한국 영화가 얼마나 깊이 있는 이야기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케일, 연기, 연출, 서사 모두 뛰어나지만, 결국 마음에 남는 것은 안옥윤이 흘린 눈물, 하와이 피스톨의 마지막 미소, 그리고 염석진이 던진 한마디 대사일 것이다. 그것이 ‘기억에 남는 영화’의 조건이며, ‘암살’은 그 조건을 완벽히 충족시킨다. ‘암살’은 단지 일제강점기를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것은 이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다. 정의란 무엇인가, 나라를 위한다는 것은 어떤 희생을 수반해야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오늘 어떤 역사를 만들고 있는가. 그런 의미에서, ‘암살’은 끝나지 않은 영화다. 우리 모두가 그 기억을 계속 이어갈 때, 비로소 이 영화는 완성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