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윅 4(John Wick: Chapter 4)’는 단순한 액션의 집합체를 넘어, 한 인간이 복수와 고통, 고독을 껴안은 채 끝까지 가는 여정을 밀도 있게 그려낸 영화다. 이 시리즈의 마지막 장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폭력의 미학과 서정적인 감정선이 절묘하게 맞물리며 관객에게 육체적 긴장감과 감정적 여운을 동시에 남긴다. 키아누 리브스는 말수 적은 암살자 존 윅을 통해 또 한 번 묵직한 감정과 의미를 보여주며, 이 영화는 그 자체로 하나의 시(詩)처럼 기억된다. 이 글은 한 관객의 체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구성한 솔직한 리뷰다.
총알보다 빠르게 사라지는 이름, 존 윅이라는 남자의 마지막 걸음
존 윅. 그 이름 하나만으로도 긴장과 존중이 동시에 떠오르는 인물. 나는 이 시리즈를 처음부터 극장에서 지켜봐 온 관객이다. 시리즈를 통해 우리는 하나의 캐릭터가 어떻게 복수의 연료로 삶을 연명하며, 동시에 그 속에서도 인간적인 존엄을 지켜내는지를 반복적으로 보아왔다. 그리고 ‘존 윅 4’는 그 여정의 마지막, 혹은 가장 정제된 정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영화를 보기 전, 나는 두려웠다. 너무 많은 액션, 너무 반복된 클리셰, 혹은 캐릭터의 희생이 헛되게 그려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영화가 시작되고 첫 장면이 스크린에 펼쳐지는 순간, 나는 이미 그 불안감을 내려놓고 있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이 영화는 그 어떤 속편보다도 진심이었고, 그 진심이 첫 총성과 함께 강렬하게 관객을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영화는 중동 사막의 황량한 전경에서 시작된다. 존 윅은 여전히 도망 중이며, 동시에 자신을 옭아맨 고리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이 사막 장면은 상징적이다. 고립과 고통, 그리고 존재의 무게를 담은 이 공간에서 그는 총을 들고 서 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는 내내, 그가 더 이상 ‘살기 위해 싸우는 자’가 아니라 ‘끝내기 위해 싸우는 자’라는 사실을 느꼈다. 이번 작품의 테마는 분명히 '해방'이다. 단순히 조직에서의 탈출이 아니라, 자신 안의 고통, 트라우마, 그리고 피로 점철된 과거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다. 키아누 리브스의 눈빛은 그 어느 때보다 고요했다. 고통을 말로 표현하는 대신, 그의 움직임과 침묵 속에서 나는 수많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어떤 대사보다도, 그의 총구가 더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존 윅 4’는 기존 시리즈보다 훨씬 더 확장된 세계관을 보여준다. 일본 오사카의 콘티넨탈 호텔, 베를린의 지하조직, 파리의 계단과 개선문까지, 영화는 그 무대를 계속 확장하며 그 안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관계를 직조한다. 특히 시마즈(히로유키 산다)와 그의 딸 아키라(리나 사와야마)의 서사는 영화에 인간적 정서를 불어넣는다. 시마즈는 존의 오래된 친구로 등장하고, 아키라는 그 관계 속에서 현실과 원칙 사이의 갈등을 드러낸다. 나는 이들의 이야기가 존의 서사에 깊이를 더해주었다고 느꼈다. 무엇보다 인상 깊었던 건, 이번 영화가 처음으로 ‘존 윅의 끝’을 진지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이다. 그 끝이 죽음일지, 구원일지, 아니면 또 다른 시작일지는 알 수 없지만,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그 질문을 품고 있었다. "그는 정말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은 쉽게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영화는 그 과정 자체를 보여준다. 존은 이번에도 수십 명, 수백 명과 싸우지만, 이번엔 싸움 그 자체보다 ‘왜 싸우는가’가 더 중요하게 다가온다. 그리고 나는 그 싸움이 단지 액션이 아닌, 감정의 폭발이라는 사실을 수없이 실감했다. 이 영화는 존 윅이라는 캐릭터에 대한 헌사이며, 동시에 모든 외로운 싸움꾼에게 바치는 장엄한 작별의 시다.
액션의 미학, 고독한 서사에 스며든 피와 움직임의 예술
‘존 윅 4’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액션의 밀도와 연출의 정교함이다. 이번 작품은 단순히 싸우는 장면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싸움 안에 감정과 세계관, 그리고 캐릭터의 서사를 녹여낸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며 처음으로 ‘액션이 하나의 언어가 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을 진지하게 하게 됐다. 특히 오사카 콘티넨탈 호텔에서의 시퀀스는 압도적이었다. 일본도를 든 시마즈와 활을 쏘는 아키라, 그리고 정중하게 사무라이처럼 싸우는 존. 이 장면은 액션을 문화적으로 해석하는 동시에, 동양의 미학을 서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무의미한 폭력이 아닌, 명확한 의도를 가진 전투였고, 나는 그 장면 속에서 어떤 슬픔까지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싸움이 아닌, 작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베를린 장면에서는 반전과 긴장의 교차가 극대화된다. 파티 클럽 내부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총격전과 근접 전은 단지 스릴을 넘어 하나의 연극처럼 느껴졌다. 조명, 음악, 군중, 그리고 존의 피 묻은 셔츠 그 모든 것이 예술적으로 배열된 하나의 무대 같았다. 나는 이 장면에서, 존 윅 시리즈가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니라 ‘스타일이 서사를 이끈다’는 말의 의미를 체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기억에 남는 장면은 파리 개선문에서의 차량 추격 및 격투다. 자동차가 지나가는 가운데 존이 도로 위에서 사투를 벌이는 그 장면은 그 자체로 광기와도 같았다. 교통의 흐름과 인간의 움직임이 교차하며, 나는 마치 댄스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질 정도였다. 총격 하나하나, 점프, 회피, 반격 all choreography. 그 와중에도 존은 끝없이 다친다. 그는 불사신이 아니다. 총에 맞고, 차에 치이고, 계단에서 구르고, 피를 흘리며 비틀거린다. 그러나 그는 멈추지 않는다. 나는 그 모습에서 집념이라는 단어의 가장 본질적인 의미를 보았다. 그것은 복수를 넘은 ‘존재의 이유’였고, 어떤 철학적 의지처럼 느껴졌다. 이번 영화에서 등장하는 새로운 적, ‘마르퀴’(빌 스카스가드 분)는 기존의 적과는 다른 차가움을 지녔다. 그는 감정 없이 규칙을 따르는 자이며, 동시에 그 규칙 뒤에 숨은 폭력의 정당화를 상징한다. 존은 그와의 대결을 통해 마지막 질문을 던진다. "정의란 무엇인가?" 결국 이 모든 액션은 ‘살기 위한 폭력’이 아니라, ‘존엄을 지키기 위한 저항’이었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액션의 껍데기를 빌려, 인간성의 심연을 탐색하는 작품이라고 느꼈다.
존 윅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자리, 남겨진 질문과 침묵
영화의 마지막은 잔잔하게, 그리고 섬세하게 다가온다. 나는 ‘존 윅 4’가 이렇게 끝날 줄은 몰랐다. 그렇게 고요하게, 모든 소음을 걷어내고, 단 한 번의 총성과 함께 조용히 막을 내릴 줄은 상상도 못 했다. 파리 성당 계단 위, 떠오르는 해 아래에서 존은 마치 마지막으로 숨을 내쉬듯 앉아 있었다. 그 장면은 단순히 캐릭터의 종결이 아니라, 그의 고통과 여정을 함께 걸어온 관객에게 바치는 마지막 인사였다. 존은 자유를 원했다. 단지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아내와의 기억을 더 이상 더럽히지 않기 위해. 그는 그녀와의 추억 속에서 고립된 채 살아왔고, 이제는 스스로 그 여정을 마무리하려는 듯했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의 죽음은 비극이 아니라, 해방이었다. 끝없는 복수의 고리를 끊어내고,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난 영혼의 휴식.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했던 마지막 메시지였다. 지금까지의 ‘존 윅’ 시리즈는 복수극이었지만, 이번 4편은 명백히 ‘구원극’이다. 더 이상 적을 처단하는 영화가 아니라, 자신 안의 분노와 싸우고, 용서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영화였다. 그 점에서 나는 이 영화가 액션 블록버스터라는 틀을 넘어선, 정서적으로 굉장히 깊은 작품이라 느꼈다. 그리고 남겨진 사람들. 윈스턴은 존의 이름을 묘비에 새기며 말했다. “그는 자유를 원했지.” 나는 그 짧은 대사에 수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고 느꼈다. 자유라는 단어는 이 영화 내내 반복되던 말이었고, 결국 그것이 존 윅이 살아 있는 동안 단 한 번도 가질 수 없었던 감정이었다. 그래서 그는 죽음이라는 방식으로 그것을 택한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질문을 남긴다. “너는 무엇을 위해 싸우고 있니?” 그 싸움은 물리적일 수도, 감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이 결국 너를 자유롭게 만들고 있는가 하는 질문이다.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조용히 고개를 떨구었다. 왜냐하면, 존 윅은 내게 영화 속 인물이 아니라, 내 삶의 어떤 부분과도 닮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통 속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사람, 사랑했던 이를 잃고도 그 감정을 내려놓지 못하는 사람, 그리고 끝내 무언가를 지켜내려는 사람. 우리는 모두, 어느 시점에선 존 윅이었다. ‘존 윅 4’는 총을 쏘고, 피를 흘리고, 뛰고 구르는 영화였지만, 그 모든 행동은 단 하나의 감정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바로 사랑이었다. 지키지 못한 사랑, 잃어버린 사랑, 그러나 결코 포기하지 않은 사랑. 이제, 존 윅이라는 이름은 사라졌지만, 그가 남긴 발자국은 오래도록 우리 마음속에 남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오래도록, 그 마지막 장면을 기억할 것이다. 해가 뜨는 성당 계단 위, 고요히 앉아있던 한 남자의 뒷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