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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반지하 가족과 지하실 남자, 계급의 벽이 만든 공존 불가능의 세계 《기생충》(2019)은 봉준호 감독이 그려낸 대한민국 사회의 계층 구조와 빈부 격차를 블랙코미디와 서스펜스를 통해 압도적으로 해부한 영화다. 반지하에 사는 기택 가족이 고소득층 박 사장 가족의 삶에 스며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생존을 넘어선 욕망의 충돌과 사회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 영화는 상징과 은유, 장르의 결합을 통해 '공존할 수 없는 계급'이라는 냉혹한 현실을 날카롭게 묘파 한다.반지하에서 바라본 하늘, 계급의 경계에서 시작된 이야기《기생충》은 기택 가족의 반지하 공간에서 시작된다. 그들의 집은 지상과 지하의 경계에 있으며, 창문을 통해 보이는 바깥세상은 곧 ‘위로 향한 갈망’을 상징한다. 반면 위층, 박 사장 가족이 사는 고급 주택은 높은 지대에 위치해 있으며, 넓은 정원과 채광 좋은.. 2025. 6. 28.
박하사탕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외치는 한 남자의 절규와 시대의 상처 《박하사탕》(1999)은 한 남자의 삶을 시간의 역순으로 되짚으며, 그 개인의 파멸 속에서 한국 현대사의 상처와 집단적 트라우마를 비추는 걸작이다. 이창동 감독은 주인공 김영호를 통해, 개인의 선택이 아닌 국가적 폭력과 시대의 굴곡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파괴하는지를 섬세하고 통렬하게 그려낸다.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외침은 단지 개인의 후회가 아니라, 되돌릴 수 없는 사회적 파국을 증명하는 집단의 비명이기도 하다.나 다시 돌아갈래: 한 인간의 절규가 담긴 시간의 역류《박하사탕》은 시간을 거슬러 흐른다. 영화는 1999년, 주인공 김영호가 철길 위에서 외치는 “나 다시 돌아갈래!”라는 절규와 함께 시작되며, 이후 장면들은 거꾸로 재생되듯 그의 삶을 역순으로 되짚는다. 이 독특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연출.. 2025. 6. 28.
엘리펀트 평범한 일상 속에 잠든 폭력, 침묵하는 사회의 자화상 ‘엘리펀트(Elephant, 2003)’는 미국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 난사 사건을 바탕으로, 폭력과 고독, 무관심과 일상의 병치를 정적인 시선으로 포착한 작품이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은 사건의 극적 재현을 피하고, 대신 평범한 하루를 무심하게 따라가며 관객으로 하여금 폭력의 원인을 탐구하는 것이 아닌, 그 ‘무심함’ 자체를 경험하게 만든다. 영화는 고발도, 설교도 하지 않는다. 대신 그것은 조용하고 섬뜩한 침묵으로, 관객에게 무거운 질문을 남긴다.일상의 디테일, 그 속에 감춰진 폭력의 기미영화 ‘엘리펀트’는 학교를 배경으로 하는 하루의 일상을 보여주는 데서 출발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극적인 음악도, 급박한 편집도 없다. 대신 감독은 롱테이크와 인물의 후면을 따라가는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여, 고등학생들.. 2025. 6. 27.
라따뚜이 쥐도 요리사가 될 수 있다, 꿈과 편견을 넘는 창조의 여정 ‘라따뚜이(Ratatouille, 2007)’는 프랑스 파리를 배경으로 요리에 대한 열정을 가진 작은 생쥐 ‘레미’가 인간 세계에서 셰프로 성장해 나가는 여정을 담은 디즈니·픽사의 애니메이션이다. 사회적 편견과 생물학적 한계를 딛고, 진짜 자신으로 살아가기 위한 도전은 어린이와 어른 모두에게 큰 울림을 준다. 이 작품은 창조성과 개성, 그리고 타인을 이해하는 시선이야말로 진정한 ‘맛’을 완성하는 요소임을 보여준다.부엌의 생쥐, 요리를 꿈꾸다: 가능성은 어디서 오는가‘라따뚜이’는 단지 귀여운 애니메이션을 넘어, 사회적 통념과 개인의 가능성에 대한 정교한 은유로 기능한다. 주인공 레미는 생쥐다. 태생적으로 인간에게 혐오의 대상이며, 요리라는 정결과 위생이 중시되는 영역에서 가장 배제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 2025. 6. 27.
라스트 홀리데이 죽음을 앞두고 진짜 삶을 시작한 한 여성의 용기 ‘라스트 홀리데이(Last Holiday, 2006)’는 평범한 백화점 직원 조지아 버드가 시한부 선고를 받은 뒤, 남은 시간을 자신을 위해 쓰기로 결심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그리고 자기실현의 가치를 유쾌하면서도 진중하게 풀어낸 작품이다. 죽음을 계기로 삶의 무게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이 영화는, 현실 속에서 자신을 억누르던 모든 ‘만약’을 지우고 ‘지금’을 살아가는 용기를 보여준다.평범했던 삶, 시한부 선고로 다시 쓰는 인생의 첫 장조지아 버드는 루이지애나의 백화점 조리 도구 코너에서 근무하는 평범한 여성이다. 요리를 좋아하고, 조용하며, 사람들과 어울리는 데 소극적이지만, 내면에는 따뜻함과 삶에 대한 진심이 자리하고 있다. 그녀의 삶은 정확하고 안전하게 짜인 루틴 안에 있으며, 그 .. 2025. 6. 26.
콘스탄틴 천국과 지옥 사이, 죄와 구원의 경계에 선 영혼의 전투 ‘콘스탄틴(Constantine, 2005)’은 천국과 지옥, 신과 악마 사이에서 인간이 어떻게 존재하는지를 묻는 어두운 판타지 스릴러로,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하여 종교적 상징과 오컬트적 세계관을 결합한 작품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존 콘스탄틴은 신과 악마 모두를 이해하면서도 그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는 인물로, 구원을 바라는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상징한다. 이 영화는 스타일리시한 연출과 함께 죄, 용서, 존재의 의미를 철학적으로 다룬다.지옥을 본 자, 인간과 신 사이에서 방황하는 존재영화 ‘콘스탄틴’은 초자연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인간의 선택과 구원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둔다. 주인공 존 콘스탄틴은 자살 시도로 인해 지옥을 경험한 후, 살아 돌아온 인물이다. 그는 ‘보는 자’, 즉 인간 세계와.. 2025. 6. 26.